큰 딸 예담이가 노회별 중창대회를 준비하느라 며칠간 교회에서 밤늦게 까지 연습을 했다. 갈 때는 선생님 차를 타고 가고 마치고 오는 길에는 데리러 갔는데, 동생들이 누나를 데리러 함께 가겠단다. 아이 둘을 데리고 교회에 가서 예담이를 태우고 집에 돌아오려고 하는데, 아들이 앞자리에 타겠단다. 애들은 평소엔 앞자리에 잘 타진 않진만 가끔식은 서로 앞에 타 보려고 싸움을 하기도 한다. 이날은 앞에 탄 막내가 기분이 좋았는지 갑작스로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는데, 그만 자동차 전면 유리가 박살이 났다. 다행히 아이 머리는 다치진 않았지만 대신 유리는 많이 다쳤다.^^


실금이 가면 유리복원하는데 가서 때우면 되는데, 방사형으로 깨진 것은 보수가 않된단다. 유리집에 알아보니 정품은 19만원~20만원, 비품은 13만원이란다.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10만원이 넘는 거금이 나가게 생겼다. 막내는 그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차 안에서 한 번 일어섰는데 10만원이 넘다니 @.@;

막내는 이 사건을 저지르고도 대수롭지 않게 이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예전같았으면 막내는 아빠에게 엄청 혼났을텐데, 사건 당일은 무던하게 넘어갔다. 예전에 한달도 않된 새로산 디카를 큰 애가 떨어뜨려서 엄청 야단을 친적이 있는데 그 때 아내가 던진 말 한마디('우리 예담이가 이 디카 만큼도 못한 존재냐?') 때문에 아이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 적이 있다. 뭐 그럴수도 있지...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수 없다. 대신 이일을 계기로 막내는 앞자리에 다시는 탈 수 없다는 엄명을 받았다. 막내 덕분에 누나들도 같은 벌을 받게 되었다.(물론 얼마가진 않겠지만...^^)  



며칠을 테잎을 부치고 그렇게 다니다가 장마철이고, 미관상도 보기 싫어 결국 돈을 들여 수리하기로 했다. 돈이 아깝기도 했지만 수리하고 나니까 깔끔하다. 테잎 붙이고 다닌 것도 보기 싫었는데, 교체하고 나니까 이렇게 깔끔한데... 


이래도 저래도 좋으니 밝고 건강하게만 잘 자라주기를...^^
이게 아빠의 마음이란다.
 

 

 



 

'행복한 일상 > 행복한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담이의 안부전화  (2) 2011.03.01
황당 시리즈 1,2,3  (0) 2011.02.10
[간식]┃코 딱지 대신에 이걸...  (0) 2010.12.02
아내는 좋은 스승이다.  (2) 2010.11.04
예담이의 이빨뽑기  (0) 2010.06.08
,


예담이에게 저녁 8시가 되어 뜬금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오늘 저녁 먹고 오실꺼야?'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질문은 6시 전후해서 전화할때 물어보는 질문인데,

오늘은 저녁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물어본다.

'아빠, 오늘 저녁 먹고 오는거지? 그래 알겠어, 천천히 조심해서 와'

약간은 의아했지만 통례적으로 있는 일이라 넘어갔다.

나중에 집에와서 알고보니...

사건의 결말은 이러했다.

 

오늘따라 저녁을 조금 늦게 먹게 되었고,

이미 두 그릇째 먹어치운 예담이가 엄마에게 밥이 더 있나고 물었고

엄마는 밥이 아빠 줄 분량밖에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예담이는 달려가 직접 밥솥을 확인했고,

그러고 난 후 아빠에게 전화 한 것이었다.

 

엄마말을 들어보니 

예담이가 뜬금없이 아빠한테 전화하더니

전화끊고 얼굴에 화색이 돌더라고 말했다.

 

어쨋든 ..

예담이가 많이 똘똘해진 것 같은데...

어찌 기분은 쫌 씁쓸하다...^^


2009.3.18

'행복한 일상 > 행복한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번 일어서는 데 10만원!  (0) 2011.06.30
황당 시리즈 1,2,3  (0) 2011.02.10
[간식]┃코 딱지 대신에 이걸...  (0) 2010.12.02
아내는 좋은 스승이다.  (2) 2010.11.04
예담이의 이빨뽑기  (0) 2010.06.08
,
요즘들어 기억력이 점점 더 쇄퇴하고 있다.
깜빡증, 기억상실증이 줄을 있고 있어서 이제는 메모없이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의 표현과 생각에 가끔 놀라는 일들이 자주 있는데, 너무 기발하고 황당한 일들이 많다.
근데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돌아서면 잊어먹기 일쑤다.
어찌나 잊어먹는 속도가 빠른지 거의 빛의 속도에 맞먹는 듯..^^


요 며칠 전 아이들이 스트레이트로 황당한 표현들을 하길래 잊지 않으려고 글로 남겨본다.

황당사건 1.  시인 이예담...

예담이가 갑작스레 엄마에게 다가가서 자신이 지은 시 한소절을 읊조린다.

"엄마.
세월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고....
.
.
.
내 콧물도 흐른다."

ㅋㅋ 결국 지 콧물나오는 걸 제법 운치있게(?) 표현했다.
시인 이예담...ㅎ,ㅎ

탱탱볼 배에 깔고 복어라고 말하는 예담이





황당사건 2. '엄마 눈 팔다가 걸렸어...'

예담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눈 팔다가 바우처 신청했어~"
눈 팔다가??

엄마가 그게 무슨 소리야 묻자...
예담이가 엄마에게 설명을 해줬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다자녀 가정 친구들은 방과후 학교 수업 한과목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으니 손들라고 했고,
예담이는 그 소리에 손을 들어 바우처 신청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예담이는 눈을 팔고 있었단다.
그 눈은 바로.... ' 한눈'
한눈 팔다가 손들어 바우처 가입하게 되었다는 얘기...
짜식 어디서 들은 말은 있어가지고...
암튼 바우처 신청한 예담이가 엄마는 대견하단다.

개구쟁이 가족들




황당사건 3 '아빠, 간이 아파...'

작고 가벼운 하람이가 아빠와 동생이랑 장난을 치다가 몸이 반으로 눌렸다.
하람이가 많이 눌려 아팠는지 소리를 팩 지른다.

" 야~ 놔라, 놔!....  간이 아프다 간이..."

배가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고 간이 아프다니... 참 아이의 상상력이란....@,@; 

탱탱볼 등에 업고 달팽이란다!



'행복한 일상 > 행복한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번 일어서는 데 10만원!  (0) 2011.06.30
예담이의 안부전화  (2) 2011.03.01
[간식]┃코 딱지 대신에 이걸...  (0) 2010.12.02
아내는 좋은 스승이다.  (2) 2010.11.04
예담이의 이빨뽑기  (0) 2010.06.08
,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거쳐오며

아이들의 가장 오랜된 간식을 뽑으라면 코딱지가 아닐까?

2000년대를 사는 우리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닌데....

언니인 예담이 따라 하람이도 요즘 코딱지를 간간히 먹는데,,

어느 날 엄마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꼬물꼬물거리는 하람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람이 또 코때까리 먹냐?"

하람이가 "아니예요. 엄마" 라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든다.

"입에 꼬물꼬물 씹는 건 뭐야?" 라고 묻자

하람이가 이렇게 말한다.

.

.

 

"눈꼽" 이야.  ㅋ,ㅋ,ㅋ,

 

할수있어!!! 하하하, 울 딸도 가끔씩 먹는다고 하네요. 울 아들이...
전 한번도 딸이 코딱지 먹는 거 못 봤어요.
정말로 먹는 애들이 있나 보네요. 2007.06.11 22:09

'행복한 일상 > 행복한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담이의 안부전화  (2) 2011.03.01
황당 시리즈 1,2,3  (0) 2011.02.10
아내는 좋은 스승이다.  (2) 2010.11.04
예담이의 이빨뽑기  (0) 2010.06.08
'엄마, 학교 가기 싫어.'  (0) 2010.06.08
,


얼마전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나온 일이 있었다.

다른 물건과 더불어 작은 화장품을 하나 샀는데,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계산에서 누락됐는지 우리 부부 둘다 몰랐다.

그러나 와이프가 금액이 작게 나왔다며 영수증을 확인하고,

화장품 가격이 누락된 것을 알고 물건을 다시 계산대로 들고가 계산하고 왔다.

누락된 물건의 가격은 3만원 정도....

나는 계산하고 돌아오는 아내에게 한 마디 했다.

"~ 정말 착하네. 나 같으면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으니 그냥 갔을텐데....^^"라며

속으로 아쉬워 하며 농담삼아 말을 건냈더니 아내가 하는 말...

 

" 3만원에 내 양심을 팔고 싶지는 않아."

 

너무도 단호하면서 자신 있게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 약간은 아쉬워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아내는 한 번 양심을 버리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쉽게 양심을 저버린다며,

작은 것에 충실한 사람이 큰 것에도 충실할 수 있다고 했다.

 

호부 3만원으로 결코 바꿀 수 없는 양심...

 

과연 나는 그런 양심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

때묻지 않은 아내의 마음이 때묻은 나의 마음에 큰 교훈을 남겼다.

 

" 3만원에 내 양심을 팔고 싶지는 않아"

 

한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귀한 교훈을 얻었다.  

아내는 귀한 동역자요 정말 좋은 스승이다.

## 이 글은 2007년에 적었던 글입니다. 아내는 아직도 그 양심을 잘 지키고 살고 있습니다.
    아내는 지금까지도 저에게 좋은 스승이랍니다.

'행복한 일상 > 행복한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당 시리즈 1,2,3  (0) 2011.02.10
[간식]┃코 딱지 대신에 이걸...  (0) 2010.12.02
예담이의 이빨뽑기  (0) 2010.06.08
'엄마, 학교 가기 싫어.'  (0) 2010.06.08
단 두마디로 배꼽 빠지게 한 날  (0) 2010.06.08
,


초등학교 1학년인 예담이가 이빨을 갈 때(?)가 되었나보다.
 

이제 조금씩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날때인 듯하단 말이다. 

지난번에도 이빨을 두갠가 뽑았는데, 유달시레 겁이 많은 예담이는 오늘도 이빨 뽑는데 실패했다. 

아랫니중에 하나인데, 뽑자고 하니 안뽑겠다고 난리다. 

무섭다며 얼마나 울고 뻐티는지 모두가 지쳤다. 

남의 고통이 곧 나의 행복이라 했던가? 

울며 웃으며 난리 부르는 예담이 앞에서 두 동생은 마냥 신기한듯 그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빨리 빼지 않으면 영구치가 자리를 잘 못잡아 올라올까봐 엄마는 연신 걱정이다. 

윽박질러도 보고 달래도 보고, 회유책을 써봐도 요지부동이다. 

 

첫번째 작전에 돌입했다.   

일명 '사탕발림 작전' 

이빨 뽑으면 예담이가 제일 좋아하는 맛나는 것 한가지 줄께 라고 했더니 

과자를 그렇게 좋아하는 예담이가 단박에 싫단다. 

좀 더 강도를 올려 '아니 맛나는 거가 아니고, 제일 좋아하는 것 아무거나 한가지 사줄께' 했더니  

이 소리를 듣고 있던 하람이가 갑자기 

'아빠 나..., 이빨 하나 뽑을래...ㅋ,ㅋ," 

진짜 맛나는 거 하나 준다는 말에 혹해서 멀쩡한 자기 이빨 하나 뽑으란다.  

그깟 팥죽 한 그릇에 장자를 팔던 에서가 생각났다.  

암튼... 첫 번째 작전은 실패다. 

 

두번째 작전.  

'허풍치기...' 

'너 지금 뽑지 않으면 내일 치과가서 뺀치로 뽑는다!' 

겁을 잔득 줬더니, 예담이 왈... 

"아빠 뻰치가 뭐야??" @,@ 

본적이 없으니 통할리 만무하다. 

다시 강도를 높여 잇몸에 주사 엄청 많이 줘서 뺄지도 몰라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치과 안가면 되지" 하면서 개긴다. 

두 번째 작전도 실패...

 

세번째 작전. 시침때기 

아빠가 뽑으면 하나도 않 아픈데, 엄마 이빨 닦고 나면 너 어쩌면 아파서 죽을지도 몰라... 

은근스레 시침때면서 겁을 줬더니 고민한다.  

이때 엄마의 한 마디 나 이빨 다 닦았다. 이리와.... 

아빠는 계속 시침을 때면서 이제 예담이는 죽었다고 계속 바람잡고... 

예담이 공포스러웠는지 울먹이며 하는 말 아빠한테 뽑을래... 

기쁜 마음으로 돌아섰더니 왠걸 도망치기 바쁘다. 

안한단다.. 

결국 실패, 

마지막으로 '공포의 윽박지르기' 로 들어갔다. 

이리와 안 오면 가만 안둔다. 빨리 이리와... 

공포의 도가니 어쩔 수 없이 잡혀온 예담이  

그래도 순순히 입을 벌리기 만무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엄마 왈...,

"빨리와 이 XX야,  갖다 처 날리삘라(발로 차 날려버리겠다의 사투리)...   

그래도 엄마가 실을 끼우면 혀로 밀어 올리고, 실을 이빨에 끼웠다 뺐다 하면서 실갱이를 했다. 

엄마의 윽박지르기는 강도가 더 하다. 

" 이번 한번에 안하면 진짜 처 날린다이..." 

그래서 벌려보지만 이내 밀어버린다.  

이것을 보고 있던 하람이, 엄마에게 살며시 다가가더니 귀에 대고 속삭인다. 

" 엄마~ 처날려!"  

 

이 소리 듣고 모두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힘으로 나이로 뭐든지 늘 눌려 사는 하람이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ㅋ,ㅋ, 

어찌나 우스웟던지 한참을 배가 잡고 웃었다. 

하람이도 웃긴지 같이 웃고, 언니는 울고... 이를 갈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아묵것도 모르는 주원이는 신기한듯 웃고 웃는 누나들을 번갈아 가며 보고 있다. 

전형적인 콩가루 가족의 모습....

.

.

.

결국 실로 뽑는 걸 포기한 엄마가 흔들어 빼잖다. 

100번만 앞뒤로 흔들면 빠진다고 회유해서 자기 스스로 흔들게 했다. 

하지만 왠걸 100번을 넘어 200번까지 흔들었는데, 결국 안빠진다. 

엄마, 딸 모두 지쳐서 그냥 방에 들어가 자버리고 만다. 

이빨도 못 뽑고 진만 진탕 빼고 말았다. 

참 세상 내 뜻대로 안된다는 걸 또 한번 느낀다. 

엄마는 내일 또 흔들어볼 생각인가 보다. 

암튼 세상 참 어렵다.



  할수있어!!! 아들은 항상 집에서 빼고 딸은 집에서 빼는게 무섭다고 항상 치과가서 빼곤 했는데 이젠 컸는지 혼자서도 잘 빼네요. 2009.06.27 16:54

,

예담이가 초등학교 입학한지도 벌써 2주가 훌쩍 지나갔다. 

처음엔 학교에 잘 적응할까 걱정도 했지만 나름 재미있게 잘 적응하고 있나보다. 

등하교길에 혼자 갈때도 있고, 동네 친구나 언니랑 갈때도 있고 해서 나름 잘 적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학기초라 그런지 어린이집에 다닐때보다 더 빨리 오는 바람에 엄마가 많이 바빠졌다. 

며칠전 참관수업을 다녀온 엄마의 말을 들어보니 예담이가 자신있게 자기를 소개하고,  

리코더도 잘 연주해서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웠다는 말도 해 주었다. 

그렇게 학교 적응을 잘 해가는 예담이가 대견스러웠는데, 

어제 저녁엔 학교 가기 싫다며 엄마에게 울었단다.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에 책 한 권만 들고 가서 싫단다. 

어린이집은 더 오래 지내고, 재밌기도 한데, 초등학교는 나름 규율적인 부분이 많고,

제일 어린 1학년이니 더 조심스러운가보다. 그래도 어린이집에는 제일 큰 어른이었는데...
 

그렇게 울면서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 어린이집 더 다닐래. 

어린이집 세 년(3년)만 더 다니고 학교가면 안되까?‘

@,@..... 

삼년이 아니라 세 년...(무슨 욕도 아니고...ㅋ,ㅋ) 

암튼 금방 실증을 느끼는 예담이의 성격상 다양하지 않는 학교생활이 조금 지겹기도 하나보다. 

그리고 나서 금방 또 변하는 예담이는 항상 사랑스럽고 귀여운 나의 딸이다.^^ 



Mighty Warrior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거 같아 감사하네요.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름 의젓해진 것 같네요.
지혜가 많이 필요합니다.^^ 2009.06.25 00:39
할수있어!!! 예담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네요. 축하드려요. 예담이는 잘 적응할거에요. 2009.04.03 10:43

,

 

오랫만에 짬을 내어 아이들이랑 함께 놀았다.

아빠가 그리웠는지 아빠를 불러놓고 연신 자기네끼리 서로 얘기하겠다고 나선다.

요즘 예담이가 가베(Gabe)수업을 받는데, 교구를 가지고 놀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은 예담이가 같이 놀지 않고 혼자서 선생님처럼 재미난 얘기를 해 주겠다고 했다.

동생이랑 사이좋게 놀지 않는 예담이에게 약간의 불만이 생겼다.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말로 "재미없으면 혼낸다~ 알겠지?" 라고 말했다.

예담이는 가베를 가지고 목욕놀이라며 연신 열심히 얘기를 해 주었다.

제법 나름대로 주어들은 얘기에 자기 이야기를 섞어 가며 몇 분동안 얘기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놀아주는데 차마 그만하란 말은 못하고 그냥 들어주고 있었다.

동생 하람이도 별다른 기색없이 같이 얘기를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얘기가 끝이 나자 동생 하람이가 살며시 다가왔다.

언니 몰래 조용히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

"아빠! 혼 내~~"...

ㅋ,ㅋ

재미가 없긴 정말 없었나 보다.

나도 맘속으로 생각했지만, 차마 말못하고 있던 사실을 하람이가 와서 얘기했으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이발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 하다.

이렇게 통쾌하고 재밌다니...ㅋㅋㅋ

(물론 예담이에겐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버금가는 짧은 두마디...

"아빠 혼내..."

말을 많이 한다고 사람을 웃기는 건 아닌가 보다...

 

,

어제는 수영동산예술제가 있었던 날이다.

 



엄마가 아이들이 밤늦게 까지 피곤해했다고 오늘 하루 집에서 쉬도록 해 주었다.

애들이 하루종일 엄마랑 있는 날이면 와이프는 힘이 다 빠진다. 

오후에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그냥 안부차 늘 묻는 그런 전화다. 

전화중에 와이프가 하람이를 바꿔주었다. 

하람이는 언니가 색연필 안빌려준다고 또 전화를 대고 운다. 

울보 하람이를 달래 주었다. 

잠시 후 예담이를 바꿔주었다. 

예담이를 잘 달랬다. 

동생 색연필 잘 빌려주면 아빠가 또 새거 예쁜거 사주겠다고... 

이미 빌려주었단다. 

예담이를 칭찬해 주면서 예담이 정말 멋진 친구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생이랑 엄마랑 하루종일 같이 있어서 힘들지 물었더니 

이녀석 대답 하는 말... 

"나보다 엄마가 힘들지... 하루종일 애 세 명이랑 있느라고 얼마나 힘들었겠노?

 엄마한테 얼마나 힘들었노? 라고 말해줘라. " 

ㅋㅋㅋ 

세근이 훤한 건지, 뜻도 모르고 말한 건지... 

어쨌든 예담이는 예전보다 많이 큰 건 확실한 것 같다. 

동생도 잘 돌봐주고 첫째처럼 구는 것이 제법 어른스럽다. 

엄마가 자기네들 돌보느라 수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 

엄마의 고마움을 아는 예담이의 말에 웃음과 감사가 함께 느껴진 시간이었다.



  할수있어!!! 예담이 정말 대단한 Girl.^^ 2009.03.19 20:25

,
둘째 하람이가 복통과 설사로 병원에 가서 닝겔을 맞았다.  

아직 어리서 혈관이 협소해 500ml용액을 맞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좁은 주사실에서 갇혀 지내자니 큰 딸 예담이와 하람이 모두 지겨웠나보다. 

책도 읽어주고, 나름 장난도 쳐봤지만, 좁은 공간에 3명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하람이는 지겨워서 잠시 잠이 들었고, 동생을 위해 말없이 기다려온 예담이를 위해 

근처 가게에 가서 먹고 싶어하는 과자를 사 왔다. 

크라운에서 나온 번들로 된 제품(조리퐁, 콘칩, 카라멜콘과 땅콩)과 초콜릿, 껌을 사와서 

초콜릿은 간호사를 주고, 과자는 나중에 먹기로 하고 껌을 씹었다. 

 

엄마는 아침일찍 서울 친척 결혼식에 올라간지라, 애들 주섬주섬 입혀서 병원에 바로 왔기 때문에 

점섬시간이 되자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예담이가 배가 고프다며 과자를 먹자길래, 먹어라 했더니 

갑자기 콘칩을 하나씩 먹던 예담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 이거 스펀지에 나왔던 그 과자 아니야? 나 지난 번 TV에서 본 것 같아...' 

이 때도 발휘된 예담이의 어김없는 관찰력... 

지난 주 토요일 저녁을 먹으며 시청했던 스펀지2.0에 식품첨가물의 위험을 알리는 시간에 

콘칩이 나왔던 것을 기억했던 모양이다. 

내가 맞다고 그랬더니 예담이 왈 

"아빠 그럼 이거 먹지 말라고 했는데, 먹으면 어떻해?" 

"음. 그거 몸에 않좋아 많이 먹지마."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잠시후.... 

잘먹던 과자를 나에게 주며 

"이 과자, 아빠 먹어..." 

"왜?" 

" 나 오래 살래, 이거 먹으면 오래 못 살잖아...이거 아빠 먹어? .

.

. 

예담이는 갑작스레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좋아하던 과자를 멀리했다.  

아이이게 TV속  경고가 먹혔던 것일까? (그렇다면 과자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기 오래 살겠다고 나 먹으라고 준 건 뭐지? 

아빠를 생각해서 준 건지, 아님 아빠는 오래 살았으니 이거 먹고 빨리죽으라고 한 건지? 

이후로도 예담이는 콘칩을 거의 먹지 않았다. 

(나중에 동생과 아빠가 먹으니까 마지못해 몇 개 먹었지만, 표정은 영 떨뜨름 했던 것 같다.)  

암튼 예담이 덕에 손쉽게 과자를 뺏어 먹을 수는 있었지만, 8살의 나이에 

오래 살려고 좋아하던 과자를 내 팽개치는 예담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이렇듯 아이들도 나름대로 삶으로 부딪히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것 같다.^^




  할수있어!!! ㅋㅋㅋ 예담이 누구 닮아서 저렇게 똑똑한거죠? 2009.03.19 20:24

,